[1]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군인인 피고인 갑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군인 을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군인인 피고인 병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피고인 갑과 추행하였다고 하여 군형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과 을은 모두 남성 군인으로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이라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계간)’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제정 당시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계간)’은 사전적(사전적)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발기한 성기를 항문으로 삽입하는 성행위’라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나)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다)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와 함께,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따라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라)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서, 군인의 신분에 수반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위에서 본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서 그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행 규정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에게도 적용되는데, 직업군인의 경우 장기간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다. 그리고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규정은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수한 목적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찬성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위와 같은 성적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군형법에서 비동의추행죄를 신설하는 의미가 되고,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넷째,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는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해석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다.
(가) 현행 규정과 같이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한 경우 그 상대방은 주어가 행하는 술어 행위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상이 될 뿐으로, 행위의 일방향성이 부각되므로, 주어와 대상의 상호 작용성, 상호 합의라는 의미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는 없다. 즉,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의 의미로부터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결국 ‘에 대하여’로 개정된 현행 규정에 따르면, 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그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규정 형식, 문언의 의미와 내용에 따른 것으로서, 설령 입법자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도가 법 문언에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이상 당연한 것이다.
또한 ‘상호 합의하다.’라는 어구의 의미해석상 ‘상호 합의한 성적 행위’에서 행위자와 그 상대방을 설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현행 규정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한 경우 두 사람 중에 누가 행위자이고 상대방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을 모두 행위자로 의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나) 군형법이라는 법률 명칭과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군기 보호’라는 법익은 군형법상의 모든 장 및 모든 조항의 공통된 기본적인 보호법익이므로, 각 장 및 각 조항의 범죄는 ‘군기 보호’라는 공통된 보호법익을 기본으로 하여 각각의 독자적인 법익을 추가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강간과 추행의 죄’에 관하여 규정한 제15장과 그중에서 추행의 죄에 관해 규정한 현행 규정은 군형법상의 모든 범죄의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에 위 장 고유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군형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현행 규정의 위치와 제목 등을 고려할 때 지극히 타당하다.
(다)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이므로, 현행 규정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야 한다. 법원이 법률을 해석할 때 지금 이 시대의 법의식을 고려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서 타당성 있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위하여 반드시 요청되는 사항이다.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에서 설명한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성인 사이의 상호 합의에 의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를 지금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에 비추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추행과 같이 현행 규정상 추행도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구체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만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는 규범적 개념인 ‘추행’의 의미를 확정하는 법률해석의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편 현행 규정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군대 내에만 비동의추행죄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어서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위와 같은 해석은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체계, 추행의 의미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그 적용 범위를 설정하려는 것으로, 어떤 새로운 범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 해석은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현행 규정이 그 문언과 문장구조에 반하여 부당하게 적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뿐이어서 형사법체계에 논란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한 성행위가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행 규정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군인에 대한 형벌권 남용의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 따라서 군형법의 모든 조항에 공통된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라는 명분으로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까지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최후수단성 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에 주어진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현행 규정은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군형법 제1조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를 ‘군인 등’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은 ‘군인 등’이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벌법규로서, 결국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요소 중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주체, 객체(상대방), 행위 중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행위’ 요소에 관한 것이다.
(나) 다수의견과 같이 목적론적 축소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방법을 이용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을 변경하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즉, 현행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면 그로써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사적 공간인지 여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는지’에 따라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할 근거는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법원이 법률 문언에 없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같다. 이는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법형성 내지 법률 수정을 도모함으로써 법원이 가지는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명백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입법론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 현행 규정의 해석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입법정책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 법원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하여 그것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결정을 받기 전까지는 이를 적용하여야 하고, 군형법상 추행죄와 같이 이미 수차례 합헌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비록 법률을 적용한 결과가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기관의 법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지, 법원이 법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관을 대신하는 것은 권한 분장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법률의 노후화 또는 해석결과의 불합리라는 이유만으로 법률 그 자체의 적용을 거부한 채 형벌법규 문언의 명백한 의미를 제한하거나 수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권한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 또는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삼권분립 원칙의 본질적 요청이고, 헌법 제40조(입법권), 제103조(법관의 독립), 제111조(헌법재판소의 권한 등)에 따른 한계이다.
(라) 현행 규정은 자발적 합의 아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어떤 행위를 징계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규정을 입법론적으로 그대로 존치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몇 명의 법관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전반의 시민들이 전문가의 연구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마련한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결정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시민사회, 학계, 법률가 및 정치권 등의 소통을 통한 논의와 입법절차를 통하여 얻어야 할 결론을 법률 문언을 넘어서는 사법판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 군인인 피고인 갑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군인 을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6회에 걸쳐 추행하고, 군인인 피고인 병은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피고인 갑과 2회에 걸쳐 추행하였다고 하여 군형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과 을은 모두 남성 군인으로 동성애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는데,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정도 전혀 없는 점, 피고인들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7조, 제37조 제2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현행 제92조의6 참조),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현행 제92조의6 참조), 군형법 제1조, 제92조의6 / [2] 군형법 제92조의6, 형사소송법 제325조
[1]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공2008하, 956)(변경),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변경)
사 건 | 2019도3047 추행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및 군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
변호인 | 변호사 박종민 외 2인 |
원심판결 | 고등군사법원 2019. 2. 1. 선고 2018노64 판결 |
판결선고 | 2022. 4. 21. |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2016. 9. 18.경과 2016. 12.경 각 추행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1은 2016. 9. 초·중순 저녁에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 공소외인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 2.경까지 (계급 1 생략) 공소외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6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피고인 2는 2016. 9. 18. 15:36경 이후 강원 ○○군에 있는 자신의 독신자 숙소에서 (계급 1 생략) 피고인 1과 서로 키스, 구강성교나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2016. 12.경까지 (계급 1 생략) 피고인 1과 동일한 방법으로 2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나. 원심판단과 쟁점
원심은, 군형법 제92조의6은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되고, 남성인 피고인들의 동성 간 구강성교, 상호 사정행위 등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군형법 제92조의6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쟁점은 동성 군인이 합의하여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에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대법원 판단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그 법을 적용할 때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에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법률 규정의 변화와 현행 규정의 문언적 의미
제정 당시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고,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 이라 한다) 제92조의5는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였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에서 말하는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참조),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추행‘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는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3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하면서(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이 규정이 동성 군인 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강제력 행사를 요구하지 않으며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이라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鷄姦)’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鷄姦)’은 사전적(辭典的)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 소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발기한 성기를 항문으로 삽입하는 성행위’라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고, 별도의 규범적인 고려 또는 법적 평가를 더해야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
2013. 4. 5. 군형법 개정 당시 용어를 순화하였을 뿐이고 여전히 남성 간에 합의로 이루어진 성행위를 처벌하려는 입법의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를 변경하려는 것’이라는 개정이유에는 동성 간 성행위 자체만으로 이를 비하하거나 금기시하여 무조건적인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취지를 도외시한 채 종래의 해석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되어 있다. 형법 등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에서 ‘추행’을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요소의 하나로 삼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1266 판결은 “동성애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적 지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라는 이유 등을 들어 동성애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한 처분을 취소한 원심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므806 판결에서는 “민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입양신고를 마친 사람이 단지 동성애자로서 동성과 동거하면서 자신의 성과 다른 성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입양이 선량한 풍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현행 규정의 문언 변경과 함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래에서는 현행 규정의 개정에 따른 보호법익의 변화를 살펴보고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를 고려하여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다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보호법익과 군대의 특수성
제정 군형법 제92조는 ‘제15장 기타의 죄’ 중 하나였고 당시 군형법에 다른 성폭력 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었다. 대법원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파악하고 남성 군인 간 성행위는 이러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았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참조).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입장에서 남성 동성 간 성행위를 이성 간 성행위와 달리 취급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였다. 즉,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므로 남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상급자의 하급자를 상대로 한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군대 내 여성의 증가로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상명하복이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하급자인 남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도 빈번히 발생하여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자 군형법은 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었다. 이때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신설하여 군인 등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에 정해진 법정형의 징역형 상한을 1년에서 2년으로 상향하면서 이를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의 하나(제92조의5)로 옮겨 규정의 체계적 위치가 달라졌다. 2013. 4. 5. 다시 개정된 현행 규정에서는 다른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과 마찬가지로 ‘군인 등에 대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하여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행 규정의 체계와 문언, 개정 경위와 함께,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에 따라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아무런 제한 없이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군인이 자신의 사적 공간인 독신자숙소에서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사안으로서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는 물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3)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정의하면서 차별사유의 하나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정하고,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며,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정한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중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념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책임으로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행위를 할 권리이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40 등 결정 참조).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군형법의 적용 대상인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로서, 군인의 신분에 수반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위에서 본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에 비추어 보면,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로서 그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 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현행 규정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에게도 적용되는데, 직업군인의 경우 장기간 동안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매우 크다. 그리고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다만 현행 규정이 평등권을 이유로 이성 간 행위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행 규정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판단하지 않고자 한다.
라. 판례 변경
이와 달리 남성 군인 간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인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제정 군형법 제92조와 구 군형법 제92조의5 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마.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인 1과 공소외인은 (계급 1 생략), 피고인 2는 (계급 2 생략)로서 동성애 채팅 어플리케이션 △△△를 통해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은 행위 당시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하였다.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정도 전혀 없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2)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현행 규정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행 규정에서 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판단에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정해진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군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 쟁점과 별개의견의 요지
(1) 이 사건 쟁점은, 군인 등에 대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를 처벌하는 현행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군형법은, 추행죄에 관하여, 조문의 위치, 용어, 형량 등을 변경하고 적용범위를 군인 등 상호간의 행위로 제한하는 개정을 하였지만, 제정 당시부터 현행법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요건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하여, 대법원은 ‘주된 보호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도 보호법익에 관하여 대법원과 같은 태도를 취하면서 대법원이 이를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들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 258 결정 등 참조).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모두 행위에 대한 합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오늘날 동성애도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것이고, 사람의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아프리카 지역 등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고 있고, 나아가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현행 규정은 동성애 등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위헌성이 문제된다. 인간의 성적 자유를 확장해 온 역사적 발전과 특정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보면, 현행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한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차원에서 보면, 군인 등이 무분별한 성적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군의 전투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이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고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참조).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현행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없는 이상,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그 보호법익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법률해석을 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2)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규정은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수한 목적과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둘째,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찬성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위와 같은 성적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군형법에서 비동의추행죄를 신설하는 의미가 되고,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넷째,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는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면,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이에 따르면,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현행 규정 해석의 바람직한 방향
(1)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즉,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고, 이러한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군은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요구되고, 군형법은 군의 이러한 특수성을 전제로 형벌이라는 제재를 수단으로 하여 군의 조직과 규율을 유지·보전함과 동시에 군이 가지는 전투력을 최대한으로 보존·발휘하게 하는 데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결국 전승을 위한 전투력의 확보는 군형법의 핵심적인 목적이며, 그것은 바로 군형법에서의 보호법익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특별한 목적이야말로 군형법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도이념이다(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2헌바45 결정 참조).
(2)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을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고 판시하여 왔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제정 군형법 제92조부터 현행 규정에 이르기까지 군형법상 추행죄는 위와 같은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지는 국군의 전투력 확보가 갖는 특수한 중요성을 근거로 하여, 남성 군인 간 성행위는 합의에 의한 것이더라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아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행 규정이 두 차례 개정을 통하여 그 문언과 체계에 변화가 생긴 것은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으나, 구체적인 개정의 경위(2009년 개정은 다른 규정의 신설에 따른 조문 위치의 변경과 법정형의 상향에 불과하고, 2013년 개정은 용어의 순화와 상대방도 군인 등이어야 함을 명시한 것에 불과하다)에 비추어 보면, 현행 규정은 여전히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하는 것으로, 보호법익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결국 합의에 따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은 현행 규정의 본질적, 핵심적 요소를 변경하는 것으로서 법률 규정의 일부 폐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이유로 합의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성적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이고 군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보편적 권리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도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군인 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보호법익인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시의 상황에서만 현행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을 한다면, 이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 현행 규정과 성적 자기결정권
(1) 군형법은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형법의 특별법으로서 민간인이 아닌 군인 등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다. 군형법은 일반 형사법에도 있는 것을 군인 등에 맞게 변형한 규정과 군형법에만 있는 독자적인 규정으로 나눌 수 있다. 형법상 범죄는 개인적 법익, 사회적 법익, 국가적 법익으로 보호법익이 구분되고 있지만, 군형법상 범죄는 군조직의 정상적인 기능과 이를 위한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를 기본적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군형법상 범죄는 국가적 법익이 기본이 되고, 다른 보호법익을 상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법익에 부수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군형법은 2009. 11. 2. 개정으로 군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때 이들을 친고죄로 규정하였는데(구 군형법 제92조의8), 구 군형법 제92조의5 추행죄를 같은 장에 규정하면서도 다른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과는 달리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다. 구 군형법 제92조의5 추행죄의 법정형이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던 것은 추행죄는 합의에 의한 성행위도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고소권자인 피해자를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헌법 제10조, 제17조에서 도출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성행 위를 결정할 권리라는 적극적 측면과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권리라는 소극적 측면이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양자는 공통된 개념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성범죄의 보호법익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소극적 측면을 의미한다. 현행 규정은 합의가 이루어진 성적 행위도 처벌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적극적 측면의 성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한이 합헌적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논의될 수는 있다. 그러나 피해자를 상정할 수 없는 현행 규정에서 보호법익으로서 소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3) 그런데 다수의견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군인 등의 항문성교 그 밖의 유사한 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라 하더라도 현행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른바 비동의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형법 등에 비동의간음·추행죄를 신설하여 폭행·협박, 위계·위력 등 다른 강제력 없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를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충실한 보호와 처벌공백을 해소하기 위하여 비동의간음·추행죄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동의’라는 구성요건이 갖는 불명확성과 사생활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제20대 국회에서만 10개의 법률안이 발의되었음에도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제21대 국회에서도 여러 법률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에 있다.
이 문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행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하는 것은 입법이 아닌 법률해석으로 군인 등에게만 적용되는 ‘비동의추행죄’를 도입하는 것이 된다. 그것도 일반적인 비동의추행죄가 아니라 항문성교나 이와 유사한 행위에 대한 비동의추행죄만을 도입하게 된다. 이는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라. 현행 규정의 합헌적 해석
(1) 자유를 확장해 온 역사적 발전과 특정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금지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적극적 측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소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것으로서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규정과 같은 취지의 규정인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서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결국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면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사건에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의사, 구체적 행위 태양,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공동생활이나 군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고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참조).
현행 규정은 동성애나 특정 성적 지향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이 규정을 도입한 취지는 동성 간에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성적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전투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의 적용으로 헌법상 성적 자유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회적 낙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규정으로 합헌적인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2) 군형법은 비상상황인 적전(敵前), 전시·사변에 대비하여야 하는 것인 만큼 평상시와 비상시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군무이탈(군형법 제30조)의 경우, 평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전시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적전인 상황에서는 사형까지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군형법은 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반 사회에서는 징계사유에 불과한 것도 처벌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른바 꾀병에 해당하는 근무기피를 목적으로 질병을 가장한 경우(군형법 제41조 제2항), 통상적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 적전인 상황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군형법은 일반 사회에서는 징계사유에 불과한 행위를 형벌로 규율하거나 행위 시의 상황에 따라 같은 행위를 다르게 처벌하기도 한다. 이는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형법의 특별한 목적에 의해 용인된다. 따라서 특정 군형법 규정이 행위 시 상황을 구별하여 처벌하지 않더라도 그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행위 시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3) 현행 규정은 군인 등 사이에 항문성교나 그와 유사한 성행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합헌적 해석을 바탕으로 위에서 본 군형법 체계와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행위 시 상황을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비상시 상황과 평시 상황에 군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므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요컨대, 현행 규정은 적전, 전시·사변과 같은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평시의 경우에는 군사훈련, 경계근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근무를 마친 후의 자유시간이나 휴가 중인 경우에는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 사건의 검토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할 당시는 비상시 상황이 아니고, 훈련 중이거나 근무 중도 아니었다. 피고인들과 공소외인은 모두 직업군인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알게 되어 피고인들의 독신자 숙소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할 만한 다른 사정도 없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행위에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바. 소결론
이상과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하나, 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5.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피고인들에 대해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다만, 다수의견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이므로, 그와 같은 해석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다.
가.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그 의미
형벌법규의 문언을 해석할 때에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인의 독해를 기준으로 사회평균인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법원의 법률해석이 사회평균인의 이해 및 인식과 동떨어지게 되면 국민들에게 설득력과 규범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는 ‘군인 등(행위의 상대방)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구성요건적 행위)을 한 사람(행위자)은 2년 이하의 징역(처벌)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의 통사(統辭)적 구조상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이 수식하는 성분은 ‘사람’, 즉 ‘행위자’이므로 현행 규정은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통사 구조상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이 ‘행위의 상대방’을 수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행 규정은 ‘행 위의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즉, 현행 규정은 행위자(A)와 그 상대방(B)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행위의 상대방을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로 한정하며, 나아가 상대방은 처벌하지 않고 오로지 행위자만을 처벌하는 것이다. 현행 규정을 행위자 뿐만 아니라 행위의 상대방까지 처벌하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피고인 1은 공소외인과(‘에 대하여’가 아니다) 키스, 구강성교, 항문성교 등(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을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②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에 대하여’가 아니다)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행위자(A)가 그 상대방(B)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것’과 ‘행위자(A)가 그 상대방(B)과 이 사건 행위를 하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되고, 양자를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은 2013년 군형법을 개정하면서 ‘군인 등에 대하여’를 추가한 의미에 대해 행위의 상대방을 ‘군인 등’으로 명시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행위의 상대방의 신분을 한정하는 표현으로는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공동격 조사 ‘과’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3년 개정의 의미는 단순히 행위 상대방의 신분을 한정하였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한정을 공동격 조사 ‘과’가 아니라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여 명시하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의미를 행위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으나,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하고 있는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행 규정과 같이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를 사용한 경우 그 상대방은 주어가 행하는 술어 행위의 영향력이 미치는 대상이 될 뿐으로, 행위의 일방향성이 부각되므로, 주어와 대상의 상호 작용성, 상호 합의라는 의미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는 없다. 즉, 조사 상당어 ‘에 대하여’의 의미로부터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결국 ‘에 대하여’로 개정된 현행 규정에 따르면, 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그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객관적으로 나타난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규정 형식, 문언의 의미와 내용에 따른 것으로서, 설령 입법자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의 의도가 법 문언에 객관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이상 당연한 것이다.
또한 ‘상호 합의하다’라는 어구의 의미해석상 ‘상호 합의한 성적 행위’에서 행위자와 그 상대방을 설정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현행 규정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한 경우 두 사람 중에 누가 행위자이고 상대방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처벌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을 모두 행위자로 의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군검사가 이 부분 공소사실을 피고인들이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고 적시하지 못하고, ‘상대방과’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고 적시한 것은 피고인들이 그 상대방과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 상호간 또는 피고인 1과 공소외인 상호간 서로 합의하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행위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행 규정은 행위자가 ‘그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행위자가 ‘그 상대방과’ 이 사건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군검사에게 공소사실을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도록 피고인들이 ‘그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였다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 석명을 구한 후 군검사의 대응에 따라 판단하였어야 한다. 현재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상대방)에 대하여’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공소기각결정을 하여야 할 사유인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이 포함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나. 현행 규정의 체계적 위치와 장의 제목이 갖는 의미
법률의 명칭이나 장 또는 조항의 제목은 선행 조직자(advance organizers)의 역할, 즉 새로운 정보를 인지구조 내에 포함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추상성, 일반성, 포괄성의 정도가 높은 입문(入門)적 자료를 미리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군기 보호’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군형법이라는 법률의 명칭과 제1조의 적용대상자에 관한 규정, 각 장과 각 조항의 제목이 담당하는 선행 조직자 역할 내지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군형법이라는 법률 명칭과 제1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군기 보호’라는 법익은 군형법상의 모든 장 및 모든 조항의 공통된 기본적인 보호법익이므로, 각 장 및 각 조항의 범죄는 ‘군기 보호’라는 공통된 보호법익을 기본으로 하여 각각의 독자적인 법익을 추가로 보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강간과 추행의 죄’에 관하여 규정한 제15장과 그중에서 추행의 죄에 관해 규정한 현행 규정은 군형법상의 모든 범죄의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에 위 장 고유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께 보호법익으로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군형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현행 규정의 위치와 제목 등을 고려할 때 지극히 타당하다.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을 오로지 ‘군기 보호’로만 보고 군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전혀 무관하다고 이해하는 해석은, 추행의 죄가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를 그 구성요건으로 하면서 ‘부하범죄 부진정죄’, ‘정치관여죄’와 함께 ‘기타의 죄’의 장에 규정되었던 제정 군형법 하에서라면 몰라도 ‘군인 등에 대하여’라는 구성요건 표지가 추가되고 ‘강간죄’와 함께 ‘강간과 추행의 죄’의 장에 규정된 현행 규정의 해석론으로는 더 이상 옳지 않다.
다. 추행의 의미
‘추행(醜行)’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은 ‘①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②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정의한다. ②의 정의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반면, ①의 정의에는 그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이 사건 행위 등 성적 행위를 한 경우 ②의 정의의 추행에 해당할 여지는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반면, ①의 정의의 추행에 해당할 여지는 남아 있다.
현행 규정의 ‘추행’이 위 두 가지 정의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 각 조항들(제92조부터 제92조의8까지)이 포함된 제15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점에서 그 제목이 올바른 선행 조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제92조 전체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추행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②의 정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현행 규정에서 사용된 추행의 의미를 ①의 정의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것을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인식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성폭력 범죄에서의 ‘추행’의 개념에 대하여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이므로, 현행 규정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야 한다. 법원이 법률을 해석할 때 지금 이 시대의 법의식을 고려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서 타당성 있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위하여 반드시 요청되는 사항이다.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에서 설명한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성인 사이의 상호 합의에 의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를 지금 이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에 비추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추행과 같이 현행 규정상 추행도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구체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만이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는 규범적 개념인 ‘추행’의 의미를 확정하는 법률해석의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반대의견은 현행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 연혁, 보호법익이 분명하여 다른 해석을 할 여지가 없다고 하나, 반대의견이 현행 규정의 개정 경위로 든 대법원 73도1915 판결도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를 규정한 ‘추행의 죄’의 문언이 불분명하다고 하면서 그 조항의 입법취지와 보호법익 등을 고려하여 ‘민간인과의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제한 해석하였다. 반대의견은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행위는 동성애자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애써 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문언 어디에도 없는 ‘남성’ 군인 등 행위에 적용된다고 한정해석하고 있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이 역시 문언해석의 범위 내지 법원의 해석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편, 현행 규정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군대 내에만 비동의추행죄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어서 형사법체계에 큰 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위와 같은 해석은 현행 규정의 문장구조와 체계, 추행의 의미에 대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그 적용 범위를 설정하려는 것으로, 어떤 새로운 범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 해석은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현행 규정이 그 문언과 문장구조에 반하여 부당하게 적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뿐이어서 형사법체계에 논란을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는지 여부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한 성행위가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더라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 행위가 공연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군기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행위자들을 공연음란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이 사건 행위를 하는 바람에 군무 이탈이나 근무 태만 등에 해당하여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된 경우에는 군무 이탈이나 근무 태만 등을 규율하는 해당 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로 군기를 구체적,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적절한 징계를 통해 충분히 군기를 확립할 수 있다.
오히려 현행 규정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행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군인에 대한 형벌권 남용의 위험이 상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이 대위 1명의 동성 간 성행위를 입건하여 조사하던 중 동성애자인 상대 군인의 정보를 취득하고 수사대상을 확대하여 수십 명의 군인 등을 상대로 그들의 과거 행위를 수사한 후 십여 명의 군인 등을 기소하면서 시작되었다. 기록상 당시 피고인들을 포함한 수사 대상 군인 등은 별다른 문제없이 복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현행 규정 이외에는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를 정당화할 만한 다른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런 문제없이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는 군인의 은밀한 사생활 영역을 파헤쳐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군기의 확립과 보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군형법의 모든 조항에 공통된 보호법익인 ‘군기 보호’라는 명분으로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까지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두 사람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최후수단성 원칙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 마지막으로 어떤 형벌법규를 해석할 때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기에 앞서 국어학적으로 정확한 문언해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국어전문가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6.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이 사건의 본질과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의 본질은 동성애나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데 있지 않다.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관한 문제이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남성 군인인 피고인들이 서로 항문성교 및 추행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등’의 ‘군인 등’에 대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규정의 ‘항문성교’는 그 자체로 문언의 명확성을 갖추고 있고, ‘그 밖의 추행’ 역시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함에 따라 항문성교에 준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한편,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구성요건요소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또한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행위는 비동성애자의 행위를 포함하여 남성 ‘군인 등’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행위이고 동성애자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행 규정이 처벌하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이고, 구성요건적 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동성애와 같은 개인의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이하 ‘군기’라 한다)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에 주어진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현행 규정의 해석
(1) 법률해석의 원칙
법률해석은 법전에 적힌 법률 문언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으로서 법률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객관적인 의미를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법의 해석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다수의견도 들고 있는 원칙이다.
그런데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고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을 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입법이 아닌 법률해석으로 남기 위하여는,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 법률에 명백한 실수가 있거나 법률 내용이 상호 모순 또는 충돌하는 경우, 법률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의도에서 벗어나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그 문리대로의 적용이 실제로 불가능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문언과 문맥상 의미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
(2) 현행 규정의 구체적인 해석
현행 규정은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군형법 제1조는 군형법의 적용대상자를 ‘군인 등’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은 ‘군인 등’이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벌법규로서, 결국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요소 중 해석이 필요한 부분은 주체, 객체(상대방), 행위 중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행위’ 요소에 관한 것이다.
(가) 먼저, 문언을 본다.
현행 규정은 제목을 ‘추행’으로 명시하고,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로 ‘항문성교’를 예시한 다음 그 바로 뒤에 ‘그 밖의 추행’이라고 하여 어느 정도 일반적인 용어인 ‘추행’ 을 사용하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입법자가 규율하고자 하는 대전제는 ‘추행’이고, 그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행위로 ‘항문성교’를 예시한 것으로, ‘항문성교’는 현행 규정에서의 ‘추행’이 무엇인지를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된다. 한편, 현행 규정은 구성요건적 행위의 강제성이나 행위의 시간과 장소 등 다른 구성요건요소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위 대법원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군형법은 ‘항문성교’나 ‘추행’의 의미에 관하여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행위의 시간과 장소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문언상 제한이 없는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의 구성요건요소에 관한 한,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적 행위에 예외가 없다고 새김이 원칙이다. 이는 입법자가 입법 단계에서 일정한 구성요건요소에 관하여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영역에 관한 판단과 평가의 여지를 두지 않은 것이므로, 그에 대하여는 법원의 해석 권한이 미칠 수 없다.
(나) 다음으로, 입법 연혁을 본다.
추행죄는 제정 군형법 당시부터 존재하였는데, 그 마지막 장인 제15장 ‘기타의 죄’의 장에 규정되어 있었다. 당시 시행 중이던 형법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강제추행죄(제298조), 준강제추행죄(제299조) 및 심신미약자에 대한 위계·위력 추행죄(제302조)가 규정되어 있었음에도, 제정 군형법은 제92조(추행)를 따로 두고 위 각 형법상 죄보다 법정형을 낮게 규정하였다. 또한 제정 군형법은 위 각 형법상 죄와 달리 추행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지 않았다. 2009년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된 구 군형법은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의 장을 신설하면서, 그 장 내에 폭행이나 협박으로 군인 등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강제추행죄(제92조의2)와 군인 등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 등을 별도로 신설하고 형법보다 법정형을 높게 규정하는 한편 이들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였다(제92조의8). 그런데 구 군형법은 추행죄의 조문 위치를 제92조에서 제92조의5로 옮기면서 법정형만을 1년 이하의 징역에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높였을 뿐, 추행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내용과 친고죄 대상에서 제외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구 군형법 제92조의5(추행)는 2013년 법률 제11734호 개정을 통하여 다시 제92조의6으로 조문 위치가 바뀌는 한편, 문언에 ‘군인 등에 대하여’가 추가되고, ‘계간’이라는 용어가 ‘항문성교’로, ‘기타’가 ‘그 밖에’로 변경되어 현행 규정이 되었다.
2013년의 개정은 동성 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용어(계간)를 순화함과 동시에, 개정 전 규정이 추행의 객체를 규정하지 않음에 따라 ‘그 밖의 추행’이 ‘군인 간’의 추행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군인 아닌 일반 국민 사이’의 추행도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종래의 해석상 논란을 해결하고 “민간인과의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변태성 성적 만족 행위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본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은 추행행위의 상대방을 ‘군인 등’으로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군인 등’ 상호 간의 행위만을 처벌한다는 의미로 ‘대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하였다.
위와 같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의 ‘항문성교’는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남성 ‘군인 등’ 상호 간의 ‘항문성교’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2013년의 개정은 상대방을 명시적으로 한정하면서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의 ‘용어 순화’를 위하여 ‘계간’을 ‘항문성교’로 변경하였을 뿐이고, ‘항문성교 등 추행행위’이더라도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을 고려하여 일정한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문언을 추가하지 않았다.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 아래 대법원은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다른 제한 없이 ‘계간 기타 추행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 왔고(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980 판결 참조), 헌법재 판소 또한 그러한 해석을 전제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2001헌바70 결정, 헌법재판소 2011. 3. 31. 선고 2008헌가21 결정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 입법자가 다수의견과 같이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을 하였다면 2013년 개정 당시 ‘용어 순화’라는 개정이유에 그치지 않고 제정 군형법과 구 군형법에서의 해석과 다르게 처벌대상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점을 현행 규정에 문언으로 명백하게 나타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법자는 그러한 입법형식을 채택하지 않았고, 결국 현행 규정에는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정한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법률 문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를 논거로 삼아 현행 규정의 적용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법률이 정한 구성요건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므로 법률해석론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본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치하여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라는 개인적 법익이 아니고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라고 밝혔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위 헌법재판소 2001헌바70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판단은 수차례 일관되게 재확인되어 이미 확립되어 있다. 또한 위와 같은 현행 규정에 이르기까지의 개정 경위에 비추어, 그 개정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고려한 보호법익 사이의 위상 변화 또는 행위의 강제성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구성요건요소를 제한하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현행 규정에 대하여 위와 같은 본질적인 변경을 도모하였다고 볼 만한 입법자료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제정 군형법 및 구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현행 규정에 이르러 변경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종래의 판단은 현행 규정에 대하여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적 공간에서 행위자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입법자가 형법과 별도로 군형법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추행죄’를 규정하여 이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주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형법에서 보호되지 않는 사회적 법익인 ‘군기’의 유지이다. 사적 공간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성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배제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적 법익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여야 한다. 국가적 법익 또는 사회적 법익이 주된 보호법익이라면 비록 개인적 법익이 일부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과의 합의 또는 공간의 사적 성격이 구성요건 또는 위법성의 배제를 가져온다고 할 수 없다.
(라) 나아가 군형법의 다른 규정 및 여타 형벌규정과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본다.
구 군형법은 제92조의2에 강제추행죄를, 제92조의3에 준강제추행죄를 별도로 규정하였고, 이로써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이 규정들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법률 제11734호 개정으로 위 각 죄가 제92조의3 및 제92조의4로 각각 이동된 한편, 제92조의2에 유사강간죄가 별도로 신설되었고, 이로써 폭행·협박에 의한 항문성교는 위 제92조의2에 의하여 처벌하게 되었다. 1994. 1. 5.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제11조에 신설되었고, 2010. 4. 15.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제10조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2012. 12. 18. 전부개정된 위 법률에서 비친고죄로 전환되었다. 한편 현행 규정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인 반면, 군형법 제92조의2(유사강간), 제92조의3(강제추행), 제92조의4(준강제추행)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위와 같이 강제력을 수반하는 추행 관련 범죄의 법정형에 비하여 현행 규정의 법정형이 현저히 낮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규정은 위 각 죄보다 가벌성이 작은 행위로서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는 추행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에다가 군형법의 적용대상자가 범한 죄에 관하여 군형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4조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현행 규정의 독자적 의의는 사실상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행위를 처벌하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적 행위 중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를 제외한다고 해석할 경우 현행 규정의 폐지 또는 개정 여부와 별개로 사실상 현행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이는 법원이 마땅치 않은 규정을 털어내기 위하여 성문의 형벌법규를 무시하고 해석을 통하여 살아 있는 법률을 사문화시키는 것으로서, 법관의 법률에 대한 구속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고려할 때 정당한 해석론으로 취할 바가 못된다.
(마) 한편 다수의견이 말하는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가 달라진 점’ 이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 척도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사적 공간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동성 간의 성행위가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로서 사회 일반에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규범적 평가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그 문언에서 항문성교를 대표적 구성요건적 행위로 삼으면서 이에 준하는 추행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 행위의 수단, 시간 및 장소에 따라 행위에 대한 평가에 차이를 두거나 그러한 취지를 내포한다고 볼 만한 문언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행 규정에 관한 한,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해석의 척도는 사법기관에게 위임된 범위를 넘는 권한 행사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 법원의 임무와 법률해석의 한계
(1) 목적론적 해석과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
(가)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현행 규정에 대하여 이른바 목적론적 축소해석과 합헌적 해석의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목적론적 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라는 한계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문언에 의할 때 하나의 해석만이 가능하고 다른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그 하나의 해석을 받아들이든가(합헌), 받아들이지 않든가(위헌) 하는 외에 다른 해석을 할 수는 없다. 어느 법적 규율에 대한 합헌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규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위헌적으로도 합헌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일 뿐,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넘어서거나 그 법규의 제정 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문언 그 자체로 명확하고 군형법을 비롯한 관련 형벌법규와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거치면서 문언 그대로의 의미가 더욱 뚜렷해질 뿐,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하거나 일정한 상황에 대하여 침묵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행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법률 제정 당시에 입법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 법률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의도에서 벗어나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법원의 법형성적 활동이 필요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
현행 규정은 군형법이 1962년 제정되어 2009년 및 2013년 각 개정을 거치면서도 일관되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나 시간과 장소 등에 의한 제한을 법문언에 포함하지 않았다. 현행 규정의 이러한 입법 연혁과 일관된 규정 방식을 고려하면, 입법자가 군대 내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 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현행 규정과 같은 입법을 함으로써 법률에 흠결이 발생하였다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현행 규정의 문언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가 입법자의 의도를 벗어나는 불합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복무관계로 인하여 ’군인 등‘ 상호간의 성행위는 합의를 위장한 강요 등에 의한 성행위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등 군 생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의 구성요건적 수단 등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법률해석의 원리에 부합한다. 군형법은 무단 이탈죄(제79조), 부하범죄 부진정죄(제93조), 정치 관여죄(제94조) 등 일반형법이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행위까지도 범죄로 규정하는 경우가 있고 그 처벌의 정도 또한 일반형법이 규정하는 동일한 유형의 범죄에 비하여 높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목적론적 축소해석 또는 합헌적 해석방법을 이용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을 변경하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즉, 현행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면 그로써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고, 여기에 더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사적 공간인지 여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는지‘에 따라 그 적용 여부를 달리해야 할 근거는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법원이 법률 문언에 없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같다. 이는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법형성 내지 법률 수정을 도모함으로써 법원이 가지는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명백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입법론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 현행 규정의 해석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입법정책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법원의 권한과 임무
법원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하여 그것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결정을 받기 전까지는 이를 적용하여야 하고, 군형법상 추행죄와 같이 이미 수차례 합헌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헌법재판소는 그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제정 군형법 제92조 및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나 행위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별도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해석됨을 전제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고(위 헌법재판소 2001헌바70 결정, 위 헌법재판소 2008헌가21 결정, 헌법재판소 2016. 7. 28. 선고 2012헌바258 결정 참조), 대법원도 거듭하여 같은 취지의 해석론을 밝혀 왔다(위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위 대법원 2012도3980 판결 참조). 이러한 종전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의 해석은 타당하고 그 해석은 제정 군형법 제92조(추행)뿐 아니라 현행 규정에도 유효하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비록 법률을 적용한 결과가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입법기관의 법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지, 법원이 법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관을 대신하는 것은 권한 분장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법률의 노후화 또는 해석결과의 불합리라는 이유만으로 법률 그 자체의 적용을 거부한 채 형벌법규 문언의 명백한 의미를 제한하거나 수정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권한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 또는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삼권분립 원칙의 본질적 요청이고, 헌법 제40조(입법권), 제103조(법관의 독립), 제111조(헌법재판소의 권한 등)에 따른 한계이다.
라. 소결론
현행 규정은 자발적 합의 아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남성 군인인 피고인들의 항문성교, 구강성교, 상호 사정행위 등이 사회적 법익인 군기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 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어떤 행위를 징계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를 법관이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규정을 입법론적으로 그대로 존치하여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몇 명의 법관이 아니라, 실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회 전반의 시민들이 전문가의 연구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헌법과 법률이 마련한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결정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시민사회, 학계, 법률가 및 정치권 등의 소통을 통한 논의와 입법절차를 통하여 얻어야 할 결론을 법률 문언을 넘어서는 사법판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현행 규정의 해석에 관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다수의견이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반대의견에 대하여 몇 가지 점에서 답변을 하고자 한다.
가.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
법률의 의미, 내용과 적용 범위를 정하여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므로 법원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해야 하지만,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법률 규정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고 법률을 문구대로 적용할 경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찾아 현실에 맞게 법률을 적용하고자 법원은 문언해석 외에도 논리적·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등 여러 해석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법률을 해석할 때에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법질서 전체’란 최고규범인 헌법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된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포함한다.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우선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의미를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하고, 나아가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을 해야 한다(이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참조). 이러한 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법률의 문언이 갖는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정·개정 연혁과 함께 헌법규범을 고려하는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교정할 수 있다.
법률은 그 시대 사회 일반의 법의식을 기초로 형성되므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와 법의식의 변천에 따라 구체적인 의미, 내용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사회공동체의 윤리·도덕관념을 반영하고 있는 법률의 경우에는 입법뿐만 아니라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도 가치관이나 법의식의 변화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법원은 음란 개념에 관하여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참조). 이처럼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법률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구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7조의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 처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처도 ‘부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것은 사회적 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형사법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을 변경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 사건 쟁점인 ‘추행’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미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고려하여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이는 ‘추행’의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어서 그 개념과 범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법률을 해석할 때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의 법상황과 사회 일반의 인식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오래 전에 제정된 법률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요컨대, 법률해석은 제정 당시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탐구하여 최고규범인 헌법의 내용과 가치를 반영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재의 법상황과 법의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현시대에 맞는 법률의 정당한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대한 탐구
현행 규정의 문언(‘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그대로 적용하면 남녀 군인이 합의 하여 항문성교를 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행 규정이 그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언을 부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항문성교’를 추행의 대표적 행위로 예시하고 이어서 ‘그 밖의 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항문성교라는 문언의 의미대로 해석한다면, 남녀 군인의 합의에 의한 항문성교를 구성요건에서 배제할 수 없으므로 ‘항문성교’를 대표적 행위로 한 ‘그 밖의 추행’은 그 문언만으로는 남녀 군인이 합의하여 항문성교에 이르지 않는 성행위를 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처럼 현행 규정은 문언의 사전적· 일반적 의미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그 문언대로 해석·적용하는 경우 현행 규정에 대한 전통적 해석에 반하여 그 처벌범위를 넓히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의견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항문성교’는 남성 군인 등 상호간의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반대의견도 ‘항문성교’를 문언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입법 연혁을 고려하여 문언의 의미를 축소하여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현행 규정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입법 연혁과 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인 해석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추행’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람마다 추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강간, 강제추행, 성희롱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추잡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추행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군기라고 하는 보호법익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군대 내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 일체를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일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에 포함된다. 추행이라는 문구만으로 모든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지점이 다수의견의 출발점이다.
다수의견은 현행 규정의 내용과 체계, 법률의 개정 연혁과 보호법익,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적용 범위를 더욱 축소하여 형벌법규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함으로써 문언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킬 때 발생하는 부당한 결과를 막으려는 것일 뿐,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견이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를 정할 때 군기는 물론 행위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언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군형법은 2009. 11. 2. 개정으로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를 신설하여 군인 등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도입하였는데, 구 군형법 제92조의2 군인등강제추행죄는 ‘군인 등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하였다. 당시에도 구 군형법 제92조의5는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별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2013. 4. 5. 구 군형법 제92조의5가 현행 규정으로 개정되면서는 군인등강제추행죄와 마찬가지로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으로 표현이 변경되었다. 이것은 우선 군형법 제92조의 추행죄에 관하여 군인이 민간인과 사적 생활관계에서 변태성 성적만족 행위를 하는 것에 적용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1973. 9. 25. 선고 73도1915 판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비추어 보면 범죄행위의 주체가 되는 행위자와 범죄행위의 상대방을 구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현행 규정이 적용되는 가벌적인 행위인지를 판단할 때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합치되었는지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도 있다.
다.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이유
군은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요구된다. 군형법이 군의 특수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이므로 군형법의 제정·개정이나 적용에서 군기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군인이라 하더라도 군기의 보전·유지와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성행위가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경우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2009년 군형법 개정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논의를 보면,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군대 내에서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괴롭힘의 하나로서 발생하는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즉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야말로 군인의 사기를 현저히 저해하고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강과 규율을 해치는 대표적인 행위로 거론되었다. 폭행·협박, 위계·위력 등 다른 강제력 없이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성적 행 위를 처벌하여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군기를 보호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현행 규정에서 행위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적용 범위를 정하려는 데 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을 본질로 하는 군대의 특성상 군인 등 상호간의 성행위는 합의를 위장한 강요 등에 의한 성행위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 만일 행위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항문성교 등 남성 군인 간 성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현행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합의를 위장하여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추행을 강요당한 실질적인 피해자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당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현행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라. 헌법규범과 현재의 법의식을 고려한 현행 규정의 정당한 의미
반대의견은 이 사건의 본질이 동성애,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논하는 데 있지 않고,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다수의견은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기율 유지에 필요한 군기의 중요성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적 평가와 편견으로 처벌 범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성애나 그 성적 지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전 제하지 않고서는 동성 군인 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합의에 따라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진 성행위가 왜 군의 기율을 침해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형법이 제정된 1962년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으로 취급되었고, 군형법 제92조는 남성 간 성행위를 ‘계간(鷄姦)’이라고 부르면서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이라는 의미를 가진 ‘추행’으로 보아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동성애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은 군형법 제정 당시와 동일하지 않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에서 보았듯이 판결이유에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동성애 등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세계적인 경향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군대 내의 규범에도 이미 반영되어 있다.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 제4편 제7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에 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고, 제253조 제1항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법령에서 동성애 성적 지향을 가진 군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이 차별 없이 복무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법규범으로서 형법의 본질과 임무는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보호하는 데 있다.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행위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라고 하더라도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형법의 규율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동성애 성적 지향과 그 성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도덕적 평가가 개인적 견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하거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커서 반드시 처벌되어야 하는 범죄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법의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요컨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남성 군인 사이에 합의하여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추행’의 개념표지인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훈련 중에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군이라는 공동생활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현행 규정을 그 보호법익이나 구성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남성 군인 간의 항문성교 그 밖의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 전반에 걸쳐 적용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한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다수의견은 헌법규범의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행 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처벌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해석이다.
마. 법원의 권한과 임무
반대의견은 동성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규범적 평가가 가능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이는 입법기관의 법 개정 등을 통하여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규범적 평가를 논거로 삼아 현행 규정의 적용 범위에 관한 해석을 한 것은 국민이 법원에 부여한 법률해석 권한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위 가.에서 보았듯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과 그 적용 범위를 정하는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룬다. 국민이 사법부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헌법규범에 부합하는 정당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헌법이 국가로 하여금 국민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헌법 제10조 후문)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피고인의 행위와 같은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좁게 이해하여 입법부의 법률 개정을 기다린 채 상고기각을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논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치의 영역에서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문제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법원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헌법 제103조)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법률의 위헌성을 인식하고서도 만연히 법률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 앞에 있는 당사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이자 임무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