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5. 5. 28. 선고 81도1045 전원합의체 판결 [계엄포고위반] [집33(2)형,455;공1985.7.15.(756),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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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가. 계엄포고(1979.10.27자) 제1호 제1항 소정의 집회행위의 개념

나. 계엄해제후 계엄실시중의 포고령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다. 구 계엄법(1949.11.24 법률 제67호) 제23조 제2항의 위헌여부

판결요지

가. 계엄포고(1979.10.27자) 제1호 제1항 소정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집회행위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집회를 개최한 행위뿐만 아니라 집회의 목적과 내용을 알면서 그 집회에 가담한 행위를 포함한다.

나.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에 당하여 병력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선포되고 평상상태로 회복되었을 때에 해제하는 것으로서 계엄령의 해제는 사태의 호전에 따른 조치이고 계엄령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찰에서 나온 조치는 아니므로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계엄하에서 행해진 위반행위의 가벌성이 소멸된다고는 볼 수 없는 것으로서 계엄기간중의 계엄포고위반의 죄는 계엄해제후에도 행위당시의 법령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고 계엄의 해제를 범죄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

다. (다수의견)

헌법은 비상조치권에 관하여 규정한 제51조에서는 비상조치의 효력상실시기를 명시하면서 계엄에 관하여 규정한 제52조에서는 비상계엄하에서 제한되었던 기본권의 원상회복 시기나 계엄해제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제3항에서 "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고 규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고 있어 그 시기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수긍되는 한 법률로 규정할 수 있다 할 것인바, 구 계엄법(1949.11.24 법률 제67호) 제23조 제2항에서 계엄해제시의 대통령의 조치에 의하여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중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의 재판권이 일반법원에 속하게 되는 효력만이 1개월 이내의 기간안에 단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은 국가비상사태가 평상상태로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를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규정이 국민의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지역내의 사회질서는 정상을 찾았으나 일반법원이 미쳐 기능회복을 하지 못하여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합목적성이 인정되는 바이므로 헌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 제52조나 제26조 제2항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보충의견)

계엄의 선포와 그 해제 및 이에 부수되는 조치 등은 국가통치작용으로서 고도의 정치성이 있는 사항이므로 권력분립제도 사법권의 독립성과 그 중립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규정이 국민의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 자체를 박탈하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그 규정의 존재의의도 충분히 인정되는 것이라면 헌법 제26조 제2항의 명문표현과 그 규정형태에 입각한 위헌판단은 마땅히 피하는 것이 합헌해석의 원칙에서 타당하다.

(반대의견 1)

헌법 제26조 제2항 후단은 비상계엄 또는 비상조치기간중이 아닌 한 민간인은 위 조항전단에 정한 죄를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헌법상 보장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후에도 군법회의재판권을 일정기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이 헌법상 보장된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할 국민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고 비상계엄은 헌법 제51조에 규정된 비상조치와 더불어 이른바 국가긴급권에 속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입헌주의를 정지하는 독재적 권력행사이므로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 한도내에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이러한 한도내에서만 헌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 할 것인바, 이와 같은 국가긴급권에 관한 엄격해석의 원칙에 서서 헌법 제52조 제3항의 규정을 보면 이 규정의 취지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 즉,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그 효력이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 한하여 법률로서 미리 정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므로 비상계엄 선포의 효력이 상실된 위와 같은 특별한 조치를 하거나 이미 한 조치를 연장한다는 것은 위 헌법조항과 정면으로 저촉되는 것으로 결국 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은 위 헌법 제52조 제3항의 규정에도 위반한다 할 것이다.

(반대의견 2)

다른 기본권에 대해서는 헌법 제35조에서 그 제한을 법률에 위임 또는 유보하는 데에 비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는 헌법 제26조에서 제한하는 경우를 한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률로서도 제한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스스로가 설정하고 있는 경우 외에는 법률로써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확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되므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에 군법회의재판을 받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상 원칙에 돌아가서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지 아니하게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할 것이니 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이 해제되어도 1개월 이내에 한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은 위 헌법규정에 명백히 위반된다.

참조조문

가.나. / 계엄포고 (1979.10.27자) 제1호 제1항, 구 계엄법 (1949.11.24 법률 제67호) 제15조 / 다. 헌법 제26조 제1항, 제26조 제2항, 제35조 제2항, 제52조, 구 계엄법 (1949.11.24 법률 제67호) 제23조 제2항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B, C, D, E  

원심판결

육군고등군법회의 1981.2.3. 선고 80고군형항65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인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1979.10.27자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계엄사령관이 내린 계엄포고 제1호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 일체의 옥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시위 등의 단체활동을 금한다" 고 되어 있고,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계엄법(1949.11.24 법률 제67조) 제15조의 규정에 의하면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이에 배반하는 언론 또는 행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위와 같이 처벌대상이 되는 계엄포고 제1조 제1항 소정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집회행위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집회를 개최한 행위뿐만 아니라 집회의 목적과 내용을 알면서 그 집회에 가담한 행위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1심은 피고인이 정당한 허가없이 1980.5.1.18:00경부터 22:00까지 사이에 서울 마포구 F 소재 공소 외 G의 집에서 동인을 비롯한 H정당회원인 공소외 I, J, K, L, M, N, O, P, Q 등과 회합한 자리에서 G가 자신의 정권을 향한 정책연구개발을 위하여 R연구소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피력하면서 각 분야별로 전문지식이 있는 유능한 인사를 선발하여 이사진을 구성하되 우선 동 이사장 및 소장을 선출하자고 제의하고 동 이사장에 위 I가 피고인을 천거하였으나 피고인은 정치를 그만둔지 오래이고 H정당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양하여 이사장에 위 J, 소장에 위 S를 선출한 뒤 피고인은 위 G로부터 법조계인사 20명을 이사로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추천에 필요한 이사취임의뢰서 및 이사취임승낙서용지 각 15부씩을 교부받는등 불법집회를 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에 대하여 위 구 계엄법 제15조, 제13조, 계엄포고 제1항 제1호를 적용처단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1심판결이 위 사실인정의 증거로 한 것들을 살펴보면 위 판시사실이 모두 인정될 뿐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모임에서 R연구소의 설치에 찬성하여 이사취임승낙서를 제출하고 있음이 적법하게 인정되므로, 피고인은 위와 같은 정치적 토의를 위한 모임의 목적과 내용을 알면서 이에 가담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니 피고인 의 위 행위를 계엄포고 제1호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논지는 피고인이 단지 식사를 위한 모임에 참여하였을 뿐임을 전제로 원심판결에 위 포고에 규정된 집회의 법률적 개념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단순한 식사모임을 집회로 본 것이 아니라 위 인정과 같은 정치적 토의를 위한 모임을 집회로 본 것이 분명하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에 당하여 병력으로서 국가의 안전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선포되고 평상상태로 회복되었을 때에 해제하는 것으로서 계엄령의 해제는 사태의 호전에 따른 조치이고 계엄령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조치는 아니다.

그러므로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계엄하에서 행해진 위반행위의 가벌성이 소멸된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서 계엄기간중의 계엄포고위반의 죄는 계엄해제 후에도 행위당시의 법령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고 계엄의 해제를 범죄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원이 견지해온 견해이다( 1963.1.31. 선고 62도257 판결 ; 1981.3.24. 선고 81도304 판결 ; 1981.3.31. 선고 81도426 판결; 1981.5.7. 선고 81도1002판결 ; 1983.6.14. 선고 83도647 판결 각 참조).

당원은 아직 위와 같은 종래의 견해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바, 논지는 이와 반대의 견지에서 이 사건 계엄의 해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5, 제326조 및 군법회의법 제371조에 규정된 법령의 개폐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면소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같은 상고이유 제3점을 본다.

헌법 제26조 제2항, 제52조 제3항에 의하면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는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라 함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그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즉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부터 그것이 해제되어 해제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헌법은 계엄해제의 시기 및 그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구 계엄법이 계엄해제의 효력에 관하여 제22조, 제23조 제1항에서 계엄이 해제된 날부터 모든 행정사무 또는 사법사무는 평상상태로 복귀하고 비상계엄시행중에 제16조, 제18조의 규정에 의하여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의 관할은 비상계엄해제와 동시에 일반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3조 제2항에서 "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통령령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군법회의의 재판권을 1개월 이내에 한하여 이를 연기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구 계엄법의 위 규정내용은 계엄해제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해제와 동시에 발생하지만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군법회의의 재판권을 연기한 때에는 그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중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의 재판권이 일반법원에 속하게 되는 효력은 그 연기기간이 경과된 때에 발생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할 것인바 연혁적으로 보아 비상계엄제도가 통상적으로 일반법원의 기능마비의 경우에 인정되는 것임을 생각할 때 비상계엄지역내의 사회질서는 정상을 찾았으나 일반법원이 미처 기능회복을 하지 못하여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을 넘겨 받아 처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일시적으로 군법회의의 재판권을 인정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구 계엄법 제23조가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이 위와 같이 단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규정한 입법목적은 바로 이러한 국가비상사태와 관련하여 생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비상계엄하에 있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특별조치의 효력은 필요한 최소한도를 넘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므로 국가비상사태가 평상상태로 회복되면 제한되었던 기본권도 가급적 빨리 원상을 회복하도록 하여야 하겠지만 헌법은 비상조치권에 관하여 규정한 제51조에서는 대통령의 비상조치의 효력상실시기를 명시하면서 계엄에 관하여 규정한 제52조에서는 비상계엄하에서 제한되었던 기본권의 원상회복시기나 계엄해제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고 제1항에서 “대통령은……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제3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이 경우 법률에서 그 시기를 정함에 있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전적으로 부인하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규정을 하는 것은 물론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수긍이 가는 시기를 택하여 이를 규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 구 계엄법이 국가비상사태가 평상상태로 회복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계엄해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계엄해제에 의하여 비로소 계엄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여 계엄해제의 효력발생시기의 선택을 대통령의 판단에 맡기면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에서 계엄해제시의 대통령의 조치에 의하여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중 군법회의에 계속중인 재판사건의 재판권이 일반법원에 속하게 되는 효력만이 1개월 이내의 기간안에 단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이 국가비상사태가 평상상태로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군법회의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 제23조 제2항의 규정이 국민의 군법회의를 받지 않을 권리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서 본 위 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면 국가비상사태와 관련하여 생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민의 군법회의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일시 제한한 위 규정의 합목적성이 인정되는 바이므로 위 규정이 헌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 제52조나 제26조 제2항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또 헌법상 계엄의 해제요구권을 가진 국회가 스스로 제정한 구 계엄법에서 계엄해제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23조 제2항에서 예외적으로 그 효력이 단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에 의한 계엄해제시에도 대통령의 조치에 의하여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이 그 규정과 같이 단계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국회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규정이 헌법에서 인정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52조 제5항에 위반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반대의 입장에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헌법 제26조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논지는 채용할 수 없다.

4. 결국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수밖에 없는바,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위헌여부의 점에 관하여 별지와 같은 대법원판사 이일규, 같은 이정우, 같은 이회창, 같은 오성환의 반대의견과 같은 전상석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유태흥 
 
대법관 
이일규 
 
대법관 
정태균 
 
대법관 
강우영 
 
대법관 
전상석 
 
대법관 
이정우 
 
대법관 
윤일영 
 
대법관 
김덕주 
 
대법관 
신정철 
 
대법관 
이회창 
 
대법관 
오성환 
 
대법관 
김형기 
 
대법관 
정기승 

대법원판사 전상석의 보충의견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 해석이 이론상 가능하고 그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 법률의 존재의의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면 그 법률은 위헌이 아니라고 추정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에 표현된 원리는 어느 법률이 그 명문상 서로 상반되는 해석이 가능하고 합헌 또는 위헌으로 견해가 갈려 의심이 있을 때에는 헌법에 적합한 해석을 하여 법률을 위헌무효화 시키지 않는다는데 있다.

법률의 규정은 가능한 한 헌법정신에 따라 이와 조화를 이루도록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함은 많은 말을 다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합헌해석의 견지에서 볼 때 이들 법률의 지엽적 표현에만 집착 구애되어 바로 위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무쪼록 피하여야 할 것이고 법률의 효력이 헌법위반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될 때에도 위헌논의를 피할 수 있는 해석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따져 합헌해석이 가능하고 그와 같은 해석에 의하더라도 그 법률의 존재의의가 충분히 있다면 이는 위헌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헌법 제26조 제2항의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라는 그 규정형태에 비추어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위 헌법 제26조 제2항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충분히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존재의의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또 합헌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이 규정이 위헌이라는 해석은 피하여야 함이 마땅하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으나 일반법원의 기능이 아직 마비상태에 있다거나 일반법원의 위치 등에 따라 아직 재판업무를 맡아 볼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잔무처리 등 경과조치로서의 필요성도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합헌해석이 가능함은 우리 다수의견이 개진한 바에 따라 충분하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구 계엄법에 국민의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를 계엄해제후 1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중 일시제한한 규정의 불가피성, 합목적성이 인정되는 한 이 규정은 합헌이라고 추정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판단에는 그 성질이나 절차에 따라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한계성 때문에 헌법판단에 필요성의 원칙 또는 회피의 원칙 등이 논의된다.

이 한계성중 특히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사안으로서 법률상 쟁송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성이 있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르는 한편 사법권의 헌법상에 내재하는 제약에 따라 위헌판단은 이를 피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계엄의 선포와 그 해제 및 이에 부수되는 조치 등은 국가통치작용으로서 고도의 정치성이 있는 사항이므로 헌법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한계성에 관하여서는 위헌판단을 극단적으로 자제하여 제도 자체가 사문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 하겠으나 권력분립제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면에서 볼 때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규정이 국민의 군사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자체를 박탈하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 그 규정의 존재의의도 충분히 인정되는 것이라면 헌법 제26조 제2항의 명문표현과 그 규정형태에 입각한 위헌판단은 마땅히 피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이상적 운영을 기하는 한편 나아가 사법권의 독립성과 그 중립성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첨기하여 합헌해석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

대법원판사 이정우, 같은 이회창, 같은 오성환의 반대의견

1. 우리는 비상계엄해제 후에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명시한 헌법 제26조 제2항 후단과 비상계엄선포중에 한하여 일반법원의 재판권 제한조치를 규정한 헌법 제52조 제3항에 위반되는 규정이라고 생각하여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혀두고자 한다.

2. 헌법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말하는 헌법과 법률에 정한 법관이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의 경우에는 헌법 제102조 제3항에 규정된 일반법원의 법관을 가리킨다.

군법회의도 헌법 제111조에 의하여 설치근거가 부여되고 법률에 정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심판관과 법무사로서 구성되기는 하나 그 자격요건과 신분의 보장에 있어서 이들은 일반법관과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26조 제2항은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 초병, 초소, 유해음식물공급, 포로, 군용물, 군사시설에 관한 죄중 법률에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되거나 대통령이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비상조치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위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헌법 제26조 제2항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 내지 이익은 일반법원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내지 이익과 표리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그 권리의 침해는 곧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위 헌법 제26조 제2항에 규정된 군법회의재판을 받아야 할 예외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위 조항 전단은 범죄의 실체를 기준으로 하여 군사관련 범죄에 관하여 민간인에게도 군법회의 재판권이 미치도록 한 경우이고, 위 조항 후단은 국가긴급권의 발동기간을 기준으로 하여 비상계엄의 선포나 비상조치로 일반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는 기간중에 한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이 미치도록 한 경우임을 쉽사리 알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위 조항 후단의 민간인에 대한 군법회의 재판권은 비상계엄의 선포기간중 또는 비상조치기간중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이고 비상계엄 또는 비상조치가 해제되어 그 효력이 상실되면 이에 따라 당연히 소멸되는 것으로서, 결국 위 조항 후단은 비상계엄 또는 비상조치기간 중이 아닌한 민간인은 위 조항 전단에 정한 죄를 저지를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음을 헌법상 보장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해제 후에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일정기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이 헌법상 보장된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국민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

3. 헌법 제52조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헌법 제51조에 규정된 비상조치와 더불어 이른바 국가긴급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은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체제의 유지를 위태롭게 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여 평화시의 통치방법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위기극복의 방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가권력을 집중하는 조치를 가리키며, 본질적으로 입헌주의를 정지하는 독재적 권력행사이므로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내에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또 이러한 한도내에서만 헌법이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국가긴급권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에 국가긴급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은 위와 같은 최소한의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 함부로 그 해석을 넓히거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이 국가긴급권을 인정한 취지에 반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국가긴급권에 관한 엄격해석의 원칙에 서서 헌법 제52조 제3항의 규정을 살펴보면, 이 규정의 취지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 즉,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그 효력이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 한하여 법률로서 미리 정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므로, 비상계엄선포의 효력이 상실된 뒤에 위와 같은 특별한 조치를 하거나 이미 한 조치를 연장한다는 것은 위 헌법조항과 정면으로 저촉되는 것으로서 결국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은 위 헌법 제52조 제3항의 규정에도 위반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

다수의견은 헌법 제52조 제3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비상계엄해제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사항도 법률에 위임하였으니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중 단계적으로 일반법원 재판권 복귀의 효력을 일시 늦추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서 합헌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해제의 효력이 단계적으로 발생한다는 이론자체도 수긍하기 어렵거니와 위와 같은 헌법해석은 헌법조항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을 한 것이어서 부당하다. 헌법 제52조 제1항은 비상계엄선포의 요건을 규정한 것이고 제3항은 비상계엄선포의 효력을 규정한 것으로서 제3항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기간중에 법률이 정한 기본권제한 등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이므로, 제3항에서 법률의 규정에 위임한 것은 비상계엄선포 기간중에 할 수 있는 기본권제한 등 특별한 조치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것이며, 비상계엄해제 후 일부 특별조치의 효력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까지 법률에 위임한 취지라고는 볼 수 없다 .

4.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6조 제2항 단서나 제52조 제3항의 규정상 헌법은 비상계엄해제 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 놓지 않고 있는 바, 다만 헌법 제35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가 과연 위와 같은 공익적 필요있고 또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점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공익적 필요의 유무

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한 공익적 필요가 있어야 하고 또 비례의 원칙에도 부합하여야 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비상계엄은 국가적 위기를 당하여 평화시의 통치방법으로는 이를 극복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선포되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법원에 의한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고 군법회의 재판권으로서 일반법원의 사법기능에 갈음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인바, 비상계엄을 해제하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위기상황이나 사법기능의 장애사유는 소멸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군법회의재판권을 더 이상 존속시킬 명분이나 필요는 없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해제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장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이미 국가긴급권발동을 위한 필요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며, 다만 군법회의에서 심리 계속중인 사건을 군법회의에서 마무리 짓고자 하는 편의적인 이유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본다.

구태여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재판사건이 일반법원에 넘겨진 경우에 그 사건이 군사기밀과 관련된 때에는 기밀누설의 가능성이 있고 군인과 민간인이 공범인 경우에 그 처리에 애로가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될 수 있으나, 여기에서 군법회의재판권 연기가 문제된 재판사건은 군사와 관련되지 않는 범죄에 관한 것이므로(군사관련범죄는 헌법 제26조 제2항 전단에 의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에 속한다) 군사기밀의 누설 운운은 합당치 않는 이유이며, 또 군인과 민간인이 공범인 경우는 일반사건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이유를 가지고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

결국 군법회의에서 사건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편의적인 이익을 가지고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한 공익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이러한 정도의 편의적인 이익을 위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을 받지 아니할 국민의 기본권과 이익을 제한한다는 것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처사로서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다만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일반법원에 넘어가게 되면 피고인의 구금에 관한 처리나 증거와 기록의 송부등 재판권이전에 따른 부수적인 잔무처리를 할 필요성은 생기나 이러한 정도의 잔무처리를 위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장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가 필요한 경우로 비상계엄지역내의 사회질서는 정상을 찾았으나 일반법원이 미처 기능회복을 하지 못하여 재판사건을 넘겨 받아 처리할 태세를 갖추지 못한 경우를 들고 이러한 경우에는 비상계엄을 해제함과 동시에 군법회의 재판권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럴듯 하면서도 자세히 분석해보면 지극히 가상적인 논리의 의제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이유가 되지 못함을 곧 알 수 있다.

첫째로, 비상계엄지역이 전국적이고 그 전지역내에서 법원의 재판기능이 마비된 경우를 생각해 볼때 이와 같이 재판기능이 마비되어 있다면 아직도 평상시의 질서회복이 안된 상태이므로 이러한 상태에서 사회질서의 정상을 되찾았다 하여 계엄을 해제한다는 다수의견의 전제는 현실을 무시한 가상적인 논리의 의제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비상계엄해제 후 군법회의 재판권을 1개월 연기하였으나 연기한 1개월이 지나서도 전국법원의 재판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시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인가?

둘째로, 비상계엄지역이 일부지역이고 그 지역내에서만 법원의 재판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를 생각해 볼 때, 재판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라고 함은 결국 법관등 인적자원이 결핍되거나 법정 등 물적시설이 멸실된 경우로 귀착되나 이러한 경우에는 타지역 법원으로 부터의 보충이나 대체시설의 이용으로 능히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정도의 어려움이 있다 하여 법원의 재판기능이 마비되었다고 보는 것은 역시 가상적인 과장론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정도의 재판의 어려움을 가지고 헌법상 보장된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까지 군법회의에서 재판을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에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2) 권리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여부

가. 헌법이 보장한 자유 또는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라 함은 기본권의 근본 요소로서 이를 제한하게 되면 기본권이 유명무실하게 되어 버리는 그러한 권리의 실체를 가리킨다.

헌법 제26조 제2항 후단에 규정된 민간인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비상계엄선포기간중 또는 비상조치기간중을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이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는 점에 있으며, 만일 민간인이 비상계엄선포기간중 또는 비상조치기간중이 아닌 때에도 군법회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 위 헌법조항에서 보장한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는 쓸모없는 문자만의 허망한 권리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때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해제 후에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비상계엄선포 기간 중이 아닌 때에도 민간인으로 하여금 계속하여 군법회의재판을 받도록 한 것에 다름 아니므로 헌법 제26조 제2항 후단에 규정된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연기할 수 있는 기간이 1개월 이내의 짧은 기간이라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

만일 1개월 이내라 하여 권리의 본질적인 침해가 아니라고 한다면 2개월 이내는 어떠하며 또 6개월 이내는 어떻게 볼 것인가? 연기한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위 권리의 본질 침해여부를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나.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은 비상계엄해제후 1개월 이내의 기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하는 것이 국민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민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자체를 박탈하거나 그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기본권의 침해가 국민 일반의 추상적 권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국민이 갖는 구체적 권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국민 일반의 추상적이고 분량적인 권리개념으로 본다면 1개월 이내의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는 극히 적은 일부국민의 권리를 단기간 침해하는데 지나지 아니하여 권리자체의 박탈이나 본질의 침해가 아니라 권리의 일시적 제한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군법회의재판권이 연기된 1개월 사이에 군법회의 재판을 받은 개인으로서는 이미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자체를 박탈당하고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당한 것이지 일시적으로 권리의 제한을 받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 고등군법회의는 비상계엄해제후 1개월간 군법회의 재판권이 연기된 사이에 변론없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말았는 바, 이것이야말로 피고인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5. 다수의견은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에 관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국민의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은 분명하지만 위 제23조 제2항의 입법목적은 일반법원의 기능마비 등의 경우와 같이 일시적으로 군법회의 재판권을 인정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보충의견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헌법 제26조 제2항에 위반하지 않느냐 하는 의심은 충분히 있으나 일반법원의 기능마비등 군법회의 재판권 연장의 필요성이 있어 합헌해석이 가능하므로 위헌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위에서 주장하는 법원의 기능마비라는 전제가 지극히 가상적인 논리의 의제에 불과하고 현실적으로 군법회의 재판권 연장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은 이미 위에서 자세히 밝혔거니와, 다수의견과 보충의견이 합헌해석의 이론을 이끌어 쓴듯하면서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고 상고기각의 결론에 이르고 있음은 이유모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합헌해석 또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이론은 법률의 규정이 그 문언표현으로 보아서는 위헌이라고 보여지는 경우에되 헌법정신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제한 또는 보충해석을 함으로써 헌법과 합치시킬 수 있다면 함부로 위헌판단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헌법해석의 원칙을 말하며, 위 원칙의 개념자체에서 분명하듯이 헌법을 기준으로 하여 여기에 법률이 합치되도록 법률의 내용 또는 적용을 제한 또는 보충해석함으로써 합헌성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법률은 위와 같이 제한 또는 보충해석한 범위 내에서 합헌성을 유지하며 원래의 문언표현 그대로 합헌성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와 같은 합헌해석 내지 헌법합치적 해석의 이론에 따르면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 필요라 함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일반법원의 기능마비등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우를 가리키는 규정으로 제한해석을 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필요성이 없는 데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기하였다면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재량을 그릇치거나 정당성을 결여한 정도가 아니라 법률에 위반된 조치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군법회의재판권 연기당시 위와 같은 불가피한 필요성이 있었음이 전혀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대통령의 군법회의 재판권 연기조치는 위 합헌해석의 이론에 의하더라도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원심판결은 마땅히 파기되어야 한다.

6. 또 보충의견은 헌법판단 회피의 원칙을 거론하면서 계엄의 선포나 해제등 조치는 고도의 정치성이 있는 것이므로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에 대한 위헌판단은 이를 피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이상적 운영을 기하는 한편 나아가 사법권의 독립성과 그 중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비상계엄의 선포나 해제등 조치가 통치행위라고 하여 법률인 구 계엄법의 규정에 대하여도 통치행위의 이론으로 사법심사의 한계 밖에 있다고 보는 위 견해는 이론상 무리라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행위나 국회의 입법권능을 존중하는 사법의 자기억제의 원칙은 반드시 사법권이 어느 경우에나 소극주의로 일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이에 관련된 헌법문제의 판단에서 가급적 도피하는 것이 사법자제의 본령인 것처럼 안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유능하고 자기책무를 다하는 사법부는 자기억제와 적극주의의 양면성을 갖추고 양자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미국에서 사법의 자기억제론이 판례의 주류로서 형성된 것은 1920년대로부터 1930년대에 걸쳐 사법부가 전통적 자유방임주의를 고수하는 보수적 입장에서 지나치게 심사권능을 발휘하여 노동조건등에 관한 많은 진보적 사회경제입법을 위헌이라고 무효화시킨데에 대한 반동 내지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은 이러한 지나친 사법의 개입을 경계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었으므로 정신적 자유를 제한하거나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과 같은 입법에 대하여는 사회경제입법과는 달리 오히려 합헌성추정의 범위를 좁히고 보다 폭넓은 사법심사를 요구하는 2중적 기준을 적용한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사법의 지나친 개입을 반성하여 이로부터 후퇴할 필요를 느끼는 그러한 처지에 있지 않다. 최고법규인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하고 헌법의 해석과 이에 따른 법률·규칙· 명령에 대한 사법심사의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사법권의 독립은 위와 같은 헌법의 규정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며 국가권력상호간의 균형과 견제를 통하여 법원이 헌법해석과 사법심사의 권능을 실제로 어느 정도로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헌법상 보장된 군법회의 재판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현실적으로 침해당한 것이 명백한데도 구 계엄법규정이 고도의 정치성이 있는 것이라거나 또는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위와 같은 기본권 침해에 눈감고 사법의 개입을 주저한다면 도대체 어떠한 경우에 사법이 개입한단 말인가?

사법의 자기억제 자체는 필요한 사법운용의 원리이긴 하나 지나친 자기억제나 일관된 소극주의의 강조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심사의 권능자체를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고 현상유지를 위한 합리화의 기능으로 타락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태도를 가리켜 어찌 권력분립의 이상적 운용을 기하고 사법권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대법원판사 이일규의 반대의견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자유, 재산 등에 관한 갖가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그것을 제한함에 있어서도 제35조에서 기준을 정하면서까지 법률로서 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

그런데 기본권의 하나인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있어서는 제26조 제1항에서 그 원칙을 정하고 제2항에서 예외적으로 그에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법회의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보장하고 있다. 이 점을 형식문언으로 보면 국민은 원칙적으로 법률에 정한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는 것이나 예외적으로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게끔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의 체제로 보아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는 그 제한을 법률에 위임 또는 유보하는데에 비하여 이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는 헌법자체에서 제한하는 경우를 한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재판을 받을 권리는 법률로서도 제한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스스로가 설정하고 있는 경우 외에는 법률로서도 군법회의 재판권을 확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그러므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에 군법회의재판을 받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상 원칙에 돌아가서 군법회의의 재판을 받지 아니하게 됨은 말할나위도 없다고 할 것이니 구 계엄법 제23조 제2항이 비상계엄이 해제되어도 1개월 이내에 한하여 군법회의 재판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위 헌법규정에 위반된다 함은 명명백백하다 .

다수설은 위 계엄법규정을 합헌이라고 여러 이유를 들고 있으나 그 요점은 계엄사무의 처리 다시말하여 군법회의 계속사건의 마무리를 위하여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에도 기왕에 제한된 재판받을 권리를 1월 정도 연장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될리 없다는 데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어떤 의미에선 잔무처리를 위하여 그런 경과적 규정이 편리하겠지마는 여기에는 헌법이 특별히 보장하려는 국민의 기본권의 무게를 군법회의 계속사건 처리의 편의와 같은 선에서 저울질하려는 안이한 생각이 그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나로서는 다수설이 헌법 제9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헌법정신에 눈을 뜨지 못하여 헌법적 감각이 무딘 점을 통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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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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