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1992. 9. 14. 선고 92노1511 판결 [살인]

사 건

92노1511 살인 

피고인

1. A 

2. B 

항소인

피고인들 및 검사 (피고인들에 대하여) 

검사

송인준 

변호인

변호사 배금자, 임종인, 최인숙, 전봉호, 강기원, 

강철선, 김동현, 김삼화, 박상원, 박응일, 

박원철, 박주현, 박찬종, 심규철, 안동수, 

이상수, 이종걸, 장석화, 정갑생, 정성호, 

조찬영, 황산성(피고인들을 위하여)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1992. 4. 4. 선고, 92고합13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3년에, 피고인 B을 징역 3년에 각 처한다.

원심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중 75일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형에 산입한다.

그러나, 피고인 B에 대하여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압수된 식칼 1개(증제4호), 공업용 테이프 3개(증제7호, 증제10호)를 피고인 A으로부터 몰수한다.

이유

1. 피고인들 및 그 변호인들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들은 이사건 범행 이전인 1992 1. 11.경 충주시내의 경양식집인 'C'에서 피해자 D를 죽이고 강도로 위장하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이사건 살인의 모의가 아니고 당시 가벼운 농담으로 나눈 이야기에 불과하며, 또한 이사건 범행은 피고인 A이 오랜 세월 동안 피고인 B을 강간하여 온 피해자 D를 찾아가 더이상 위 B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하러 갔다가 피해자가 반항하며 "다 집어 넣겠다,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여 우발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칼로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것으로서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인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하여 저지른 범행이 아니다.

나. 정당방위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은 피고인 B이 9살때 의붓아버지인 피해자 D로부터 최초로 강제추행을 당한이래 12살때부터 이 사건 범행당시까지 계속적으로 성관계를 강요 당하여 왔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상적인 감정표현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동의 자유를 피해자로부터 통제, 감시받아 오다가 이러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저지른 것이며 피해자의 성격이 포악하여 위 강간사실을 폭로하거나 피고인 B이 이를 피하여 피해자의 곁을 떠나려 하는 경우에는 더욱 가혹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 예상되어 다른 수단을 선택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결국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은 피고인 B이 피해자로부터 강간으로 인한 정조권 및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을 방위 하기위하여 저지른 것으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을 조각한다.

다. 과잉방위등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이 가사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이사건 범행당시는 야간이고, 피고인 A이 피해자 D에게 더이상 피고인 B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 하였으나 피해자가 오히려 "다 집어 넣겠다, 다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며 대항하므로 이에 극도로 분노하고 당황하여 피고인들이 이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는 최소한 과잉방위에 해당하여 역시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다른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

라.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은 피고인들이 이사건 범행에 이르게된 동기 및 범행경위등에 비추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변호사 E의 1992. 6. 9.자 항소이유서는 그 제출기간이 도과한 이후에 접수된 것이므로 위 항소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만 판단한다.

2.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은 대학생의 신분으로서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극히 반사회적, 반지성적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적 복수를 하였고 또한 이사건 살인 범행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치밀한 계획성, 그 범행후에 강도로 위장한 점과 검거된 이후에도 범행경위를 조작하려 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는 점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은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부당한다.

3.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들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및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등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과 증인 F의 당심법정에서의 진술등을 종합하여 검토하여 보면 다음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후 원심판시 범죄사실을 저지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항소논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등 주장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행위에 대하여 이를 방위할 의사로 행한 행위로서 그 현재의 부당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방법, 침해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그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고 할 것인 바, 피고인 B의 경찰, 검찰이래 당심법정에서까지의 각 진술, 증인 G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등을 포함하여 이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 B은 약12살때 의붓아버지인 피해자 D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 당한후 그후 계속적으로 이사건 범행 무렵까지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강요받아 왔고 그밖에 피해자로부터 다소 행동의 자유를 간섭받아온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에 이른 경위 및 범행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면 피고인 A은 피고인 B과는 같은 대학교 학생으로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바 위 B으로부터 피해자와의 관계를 고백받고 같이 번민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강도로 위장하기로 공모한 후 이사건 범행 전날 서울 창동시장에서 범행에 사용할 식칼(증제4호), 공업용 테이프(증제7, 제10호), 장갑등을 구입하여 가지고 범행장소인 충주에 내려가서 피고인 B과 전화통화로 범행시간을 정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 A은 약속된 범행시간인 1992. 1. 17. 01:30경 그 한밤중에 위 B이 열어준 문을 통하여 피해자의 집안으로 들어간 다음 이어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잠들어 있는 방에 몰래 들어가 피해자의 머리맡에서 식칼을 한손에 들어 피해자를 겨누고 양 무릅으로 피해자의 양팔을 눌러 꼼짝못하게 한 후 피해자를 깨워 피해자가 반항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B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고 놓아 주라는 취지의 몇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들고 있던 식칼로 피해자의 심장을 1회 찔러 그 자리에서 살해한 사실, 그 후 피고인들은 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죽은 피해자의 양 발목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다음 현금을 찾아 이를 태워 없애고 장농, 서랍등을 뒤져 범행현장을 흩어 놓고 나서 피고인 A은 강도에게 당한 것처럼 피고인 B의 브래지어 끈을 칼로 끊고 양 손목과 발목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은 다음 달아나고, 피고인 B은 양 손목과 발목이 공업용 테이프로 묶인 채 옆집에 가서 강도를 당하였다고 허위로 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범행동기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당시에는 피고인들의 법익에 대한 소위 급박한 침해가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또한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이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할 의사로 행하여 졌다고 보기 보다는 도리어 공격의 의사로써 행하여진 것으로 인정되며, 가사 피고인들에게 그 당시 방위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방위행위가 방위의 정도를 초월하여 사회적으로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들의 위 범행이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하여 방위의 정도를 초과하여 이루어진 행위라고 볼 수도 없음은 물론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을 위와 같이 계획적인 살인행위로 보는 이상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주장 또한 이유없으니 피고인들의 위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등의 항소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인들은 전과없는 초범으로서 이사건 범행후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과 그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이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후의 정황등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가지 사항을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은 가볍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점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가 있고,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상소는 이유가 없다.

.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법원의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들의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모두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 제30조(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유기징역형 선택)

(2). 작량감경(피고인 B에 대하여)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피고인 B이 이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에 지극히 안타까운 정이 있고 이사건 범행실행의 가담정도가 그다지 중하지 아니한 점등 참작)

(3). 미결구금일수 산입(피고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57조

(4). 집행유예(피고인 B에 대하여)

형법 제52조 제1항(앞서 든 정상이외에도 전과 없는 초범으로서 이사건 범행후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 개전의 정이 현저한 점등 참작

(5). 몰수(피고인 A에 대하여)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정당방위 및 과잉방위등.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을 조각하므로 죄가 되지 아니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앞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심신장애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의 이사건 범행당시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고 피고인 B은 어린 시절부터 피해자 D로부터의 계속적인 강간과 협박상태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의지력과 판단력이 아동기의 수준에 정체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예와 같은 정신상태에 있었고, 피고인 A은 위 B을 너무도 사랑하였기에 그 고통을 동일하게 느끼는 정신상태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범행당시 'B을 더이상 괴롭히지 말고 놓아주라'는 요구에 피해자가 반항하며 피고인 B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이 년이 바람이 났다, 다 집어 넣겠다, 다 죽여 버리겠다"라고 말하자 극도로 흥분하여 이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사건 범행당시 피고인들의 정신상태 및 심리상태는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위 주장에 부합되는 듯한 증인 H, I의 당심법정에서의 각 진술부분과 위 증인들이 작성하여 공판기록에 편철된 피고인들의 정신 및 심리상태의 조회에 대한 회신의 각 기재부분은 위 증인들이 피고인들을 면담조차 아니한채 이사건 변호인이 제공한 이사건 공판기록의 일부분과 변호인이 작성한 '사실관계 요지서'라는 서면에 기초하여 피고인들의 정신 및 심리상태를 분석하여 작성되었거나 이를 근거로 당심법정에서 진술한 것으로서 피고인들이 이사건 범행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로 삼기에 부족하고, 나아가 이사건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들의 연령, 생활환경, 성장과정, 대학교 생활의 내용 및 성적, 이사건 범행당시의 상황, 그 범행후의 정황등과 그밖에 수사기관을 비롯하여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의 피고인들의 태도 및 언동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사건 범행당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또는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님이 명백하므로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2. 9. 14.

재판장 
판사 
이순영 
 
판사 
이주영 
 
판사 
심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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